[영화후기] It ends with us 우리가 끝이야 -가정폭력에 대하여

주인공 Lily 의 끈적한 썸이야기로 시작한 영화. 예고를 통해 대략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남자주인공의 폭력성이 드러날 때 깜짝 놀랐다. 역시 폭력이란 우리에게 그런 것이다. 예상이 되어도 놀랍고 두려운 것. 과거 회상에서 삶에 희망이 없던 외톨이 소년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이별을 겪어야 했던 Lily의 아픔.. 그리고 현실에서 아버지와 같은 폭력성을 숨긴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어 (그도 그 나름의 또 사정이 있었지만) 결국 이별을 택하고 어린 시절 남자친구와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 너무나 사람 좋게 생긴 구 남친, 그리고 마치 용서를 할 것 같았던 분위기에서 단호하게 난 이혼을 원한다고 선언하는 릴리 – 그 결정이 나에게는 약간의 반전이었다.

특히 우리 부모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육체적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많은 폭력을 감내해야했던가. 특히 여자인 신분으로 나의 가족들은부끄러운 과거라 생각해 입에도 올리기 싫어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 우리 외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한 후 딸 집에 며칠 간 피신을 와서도 그의 식사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나 역시 폭력을 멈춘 상태의 할아버지에게는 언제나 애정과 연민을 느끼곤 했다. 사람이 아니라 ‘술’ 이 문제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그 시대에 가장들이 꽤 흔히 행사했던 그 간헐적 폭력들은 그들이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적 외로움 같은 것들을 이유로 쉽게 면책을 받곤 했다. 나 역시 ‘사실’ 임에도 이러한 내용을 기술하는데 있어서 마음의 큰 가책을 느낄 만큼 할아버지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그가 이 세상을 떠나던 날의 기억이 내 평생의 가장 가슴 아픈 순간 중 하나로 남아있다는 것이 바로 그 근거다. 이렇게 폭력과 사랑이 가슴 양쪽에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도 있지만 폭력이 모든 애정을 다 지워버릴 만큼 깊은 자국을 남기는 관계도 있으니 이 소설과 영화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좀 웃긴 얘기지만 나에게는 앤딩 크레딧에 흘러나온 노래가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이었다. Love the hell out of you – 널 미치도록 사랑해 . 엄청난 호소력을 가진 Lewis Capaldi의 목소리가 심금을 울리며 너가 원하는게 천국이라면 내가 그걸 가져다준다는 구시대적인 거짓부렁에도 자꾸 귀에 맴돌만큼 너무 좋아 노래 끝까지 듣고 서야 극장을 나왔다. 마지막 구남친이 노랫말처럼 삶의 모든 고난을 대신 받아들여주고 다시 릴리의 삶에 봄을 찾아준 그 사랑과 이 노래의 감정이 맞아 떨어져 감동스러웠다. 블레이크라이블리도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 이 작가를 몰랐었다지만 젊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이 논란의 작가의 책을 조만간 사서 읽어봐야겠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