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치
30대 중반이 되도록 돈의 속성과 중요성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 한 때 더 좋은 대학교를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 지금은 돈에 늦게 눈을 뜬 것이 더 후회가 된다. 타고난 문학도(라고하기에는 독서량이 너무 형편없지만)라서 좋은 글을 읽고 쓰거나 옮겨 말하는 것이 마냥 좋은 사람으로 돈을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속물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교환가치를 지닌 수단일 뿐, 얼마를 더 벌고 덜 벌고는 중요한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서른 중반에 들어 내 생각이 바뀌었을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경제적 안정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20대는 개인의 건강, 직장,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도 현재의 즐거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기다. 게다가 보통은 부모님과 함께 거주를 하니 오롯이 내 삶을 경영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나이다. 그러나 삼십대 중반이 되면 하나 , 둘 삐걱거리는 신체도 생기고, 직장에서의 나의 입지와 직장 자체의 안정성에 대해 고민이 시작된다. 독립이라도 하면 부모님이 해주던 것을 내가 다 해야하니 삶이라는 과실의 단물은 다 빠지고 쓴 부위를 먹게 되는 것이다. 나도 삶이 그렇게 재미 없어지기 시작할 때, 갑자기 관심지수가 반등한 것이 바로 ‘돈’ 이다.
주식 입문
회사의 나와 동갑내기 산책메이트는 일찍이 재테크에 눈을 뜬 사람이었다. 2020년 코로나 직후 나에게 산책시간을 이용해 주식 청약을 전파한 그 덕분에 나는 아파트청약보다 훨씬 간단한 주식청약을 해보았고 작은 돈이지만 2배까지 벌 수 있는 이 수단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자연적 수순으로 일반 기업 주식과 테슬라 열풍이 불던 때라 미국주식까지 입문하게 되었다. 이 좋은 것을 왜 나는 이제 알았나 싶어 가족들에게도 전파해서 40대 후반의 이모와 인터넷 쇼핑도 잘 못하는 우리엄마도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해에 가상자산도 붐이 일어 가입하면 5천원을 준다는 비트코인까지 입문했으니 경제적으로 아주 큰 걸음을 내딛은 해다.
투자와 투기
재테크계의 성공한 인물들인 존리, 워렌버핏 같은 사람들이 항상 주식을 꼭 해야한다며 투기 대신 투자를 하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단타’는 주식의 핵심이 아니고 좋아하고 믿을 만한 기업에 오래도록 투자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한다. 내가 주식 입문 초기에 했던 것은 투기였다. 청약 특성상 상장 날 대부분은 많이 오르니 단기에 큰 성과를 느낄 수 있었고, 밤이면 시작되는 미국주식과 24시간 운영되는 비트코인 역시 변동폭이 크니 도박같은 성격이 있다. 낮에는 국내주식, 저녁에는 미국주식 그리고 24시간 비트코인. 한 달 정도 해보았을까 큰 돈도 아니었는데 처음 해보는 ‘돈놓고 돈먹기’에 정신이 팔려 정상적인 삶이 영위되지 않았다. 돈보다 귀중한 안구건강과 정신건강을 잃게 생겼는데, 심지어 그 걸린 돈이 엄청난것도 아니고 비트코인의 경우 5000원 손실이었다.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이미 묻어둔 돈들은 놔두고 주식을 떠났다. 역시 재테크는 있는 놈들이 하는거라고 하면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그러다 어느 날 연말정산에 생각보다 많이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이 많음을 깨닫고 오래도록 미뤄왔던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그리고 퇴직연금 운영 현황을 우연히 들여다보고 내 손으로 직접 상품변경도 해봤다. 회사를 오래 다니니 꽤 쌓인 금액이 크고, 큰 금액이 버는 돈은 그 규모도 점점 커지니 갑자기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연금저축을 통해 사람들이 입을모아 찬양하는 미국 지수 추종 ETF를 사보니 때 되면 분배금 들어오고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갑자기 미국 주식이 생각났고 다시 들어가 이제는 배당금 종목을 사 3개월에 한 번 씩 배당 문자를 받아보고 있다. 그간 고금리 시대였으니 조금 긴가민가했지만 이제 금리도 내려가 투자 해볼만 하다. 늘 현재를 살기에 미래를 준비하라는 엄마말씀을 귀기울이지 않았는데 이 또한 더 빨리 시작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만큼 만족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재평가
그리고 회사에서 대표님이 직원들을 모아두고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미국 유학중인 당신 아들이 중고거래를 비트코인으로 하는것을 보고 가상자산의 유통성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었으며 연구를 해보고자 한다는 말씀. 일리가 있어보여 비트코인도 조금 사봤다. 현재 비트코인은 아주 소액 투자지만 10%의 수익을 올렸다. 오지 않은 미래지만 정말 미래에 상용되는 거래수단이라면 나도 하나쯤은 갖고 있고 사용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초반의 투기의 자세가 아닌 수년의 롱런의 자세로 접근하니 마음이 편해 오히려 더 잘되는 느낌이다. 이제야 비로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돈을 내가 다 잃을지라도 내가 재테크를 아무것도 모르는 것 보다는 이렇게 안다는 것의 가치가 수익 그 이상이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투자명서 읽어보기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 , 부자의 그릇 , 현명한 투자자 , 부의 추월차선 과 같은 유명하다는 책들도 들춰보았고 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돈에 관심을 가지고 투기하지말고 투자를 하라고. 책을 읽는다고 돈을 바로 버는 것은 아니고 그런 철학이 직접적 수익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건강한 재테크관을 가지게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금융문맹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대한민국에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은 꼭 이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또다른 재테크 수단
요즘에는 SNS 마케팅으로 어떻게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열심히 공부중이다. 주식만큼 가시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 같지만 , 이 또한 유투브 , 인스타그램, 틱톡의 홍수속에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 꼭 알아야할 경제인듯 하여 수익성과 무관하게 즐거움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글쓰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괜찮은 부수입을 가져다줄 수 도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몇 년 전에 이미 이러한 경제를 이해하고 SNS 관리를 열심히 하던 친구, 동생들 남편을 떠올리며 그들을 대기업다닌다던 다른 남편들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실 이렇게 몇 년간 소박한 재테크를 해본 결과, 역시 사람들이 왜 부동산을 하는지 알것 같다. 주식과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아무래도 아무리 장기적 관점을 가진 자라도 계속 보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부동산은 일단 대부분은 오르게 되었고 그 오르는 폭이 훨씬 다른 것보다 크고 일단 사두면 불로소득의 끝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현재로선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으니 아직 부동산까지는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나에게 다음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며칠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의 소박한 비트코인, 테슬라가 빨간불로 돌아섰음에 조금은 이기적인 즐거움을 느끼며 오늘은 재테크의 중요성에 대해 남겨본다. 포인트테크에 중독된 우리엄마도 퇴직연금 ETF로 소박한 수익을 남기고 나에게 이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문자를 남겼으니 –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꼭 ‘투자’ 해보길 권한다.